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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2025년3월22일

by 샛별상담소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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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어리고 늘 컨디션이 안 좋을 때였다. 남편은 운동도 안 하고 외출을 하지 않아 몸도 약하고 기동력도 없다며 운전을 배우라고 하였다. 엄두를 내지 못해 결정을 하지 않고 있을 때였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어느 날, 남편은 나를 위해  운전학원에 등록하였다는 이야기를 한다. 제일 이른 아침반에 무조건 등록을 해 놓고 돌아왔단다. 아이들은 누가 돌보라고 등록했느냐고 걱정을 하니, 내가 돌 보아줄 테니 걱정 말란다.
     등록비는 되돌려 받을 수 없으니 수일 내로 바로 시작하여야 한단다. 겁도 나고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용기를 내어 시작했다. 그때 먼저 학습지를 사서 이론을 준비하고 시험을 본 것으로 기억된다. 몇십 년 만의 시험이니 걱정도 많이 되었다. 다행히 이론 시험은 합격이 되었다.
    실기는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일찍 준비해 놓고 거리가 멀지 않은 학원을 다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다녔다. 드디어 실기 시험날이 다가왔다. 지금은 코스마다 생각이 정확히 나지 않는다. 시험 중 우회전 진행 중 건널목에서  잠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야 한다는  강사의 지도가 생각나  밟았는데 너무 세게 밟아졌는지 약간 멈춰지는 듯한 상황이 발생했다. 감독관은  실격이라는 뉘앙스를 보이면서,  다시 뒤 돌아와 확실히 해보라며 합격이라고 하였다. 모든 코스를 다 끝내고 기다리니 합격이라는 맨트가 나왔다.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마음에  기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후 현 거주지에서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할 상황이 되었다. 이주 이틀 전 남편은  아파트 아래 지상 주차장에 차를 사다 놓았다며 내려다보라고 하였다. 나는 그냥 농담이겠지 하고 내려다보았다. 풋사과 색깔의 마티즈이라고 하였다. 풋사과 컬러의 차는 보이지 않고 회색 커버가 씌워진 차 모형이  보였다. 내려가 커버를 열어보고 시승도 해 보았다. 정말 파릇한 풋사과색의 예쁜 컬러차였다. 나는 확인 후 마음 써 주는 남편이 고맙기도 했지만, 약간의 원망과 근심이 되었다. 이제 막 운전면허만 있지 한 번도 혼자서 운전을 해본 적도 없는데 어쩌나 하는 고민이 되었다. 나는 아직 이사도 안 했는데 차는 누가 가지고 가느냐 했더니 이미 운전해서 갖다 줄 사람을 다 알선해 놓았단다.
    드디어 새 거주지로 이사를 하고, 새로 산 차도 주차장에 세워 놓았다. 이삿짐 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갔다. 아파트 베란다를 내려다보면 회색 커버가 씌워져  있는 새로 산 차를 운전하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남편은 운전학원 등록 때와 같이 연수를 등록해  놓았다며 날자를 정해서 시작하라고 하였다. 두렵지만 연수를 시작해서 마치고 난 후 엄두를 내지 않고 있으니, 남편은 운전은 언제 할 거냐며 여러 번 물어온다.
    하루는 남편과 함께 용기를 내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주위는 복잡하지 않아  운전 연습하기에는 적합한 곳이었다. 그래도 조심조심 여러 번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연습을 하였다. 가끔가끔 남편의  목소리 톤이 높아질  때도 있었다. 급하게 핸들을 잡으면서 말이다. 이래서 부부간에는 운전 연습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날 연습을 하고 이제는 혼자서도 조금씩 조심조심하면서 아파트 주위에서만 운전을 익혔다. 하지만 더 이상 멀리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남편은 또다시 재촉을 해왔다.
    겁도 났지만 혼자 운전을 하겠다며 아파트 주위를 돌다가 용기를 냈다. 유성구 노은동에서 출석하는 교회가 위치한 동구 가양동 교회까지 갔다. 둔산동에 왔을 즈음 계속 전화벨이 울렸다. 긴장되고 조심스러워 전화받을 여력이 없었다. 차선도 바꾸지 못하고 직진만 해서 가양동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다. 남편은 깜짝 놀랐다. 거기까지 갔느냐며 조심히 잘 돌아오라고 하였다. 이렇게 여러 번 조심조심하면서 집과 교회를 오고 가며 운전을 익혔다.
   이렇게 초보운전 표시를 붙이고 삼 차선을 타고 5 거리에서 우회를 하였다. 이때 나의 뒤를 따라오던 고속버스가 내차를 앞질러 추월하다가 운전석 쪽 앞뒤 문을 긁어 크게 흠집을 내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가해차가 대형이다 보니 차 안에서 느끼는 체감이 차체가 휘이청 철렁 흔들림이 느껴졌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지점에 차를 세우지 않고 저 멀리 가서 갓 차선에 정차를 하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바로 달려왔다. 보험사에 전화하고 경찰이 와서 사고를 접수하고 돌아갔다. 남편은 지금 당장 운전을 해야지 두렵다고 운전을 안 하면 앞으로
운전이 힘들다고  운전을 하고 목적한 오늘 일을 다 보고 돌아오라고 하였다.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덜 덜 떨렸다. 사고 장소가 5 거리고 주위가 복잡해, 지체할 수가 없었다. 남편말대로 목적지로 향했다.
    삼 일 후 경찰서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아침 일찍 도착하니 가해차량 운전자도 도착해 있었다. 경찰은 나에게 몇 차선으로 진행했는지를 물어보았다. 3차선이라고 대답하니 가해차량 잘못이 크다고 하였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과실이 크고 차량이 새 차고 수리비가 많을 것을 예상하고  계속 개인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특히 과실 사고가 회사에 접수되면  여러 달  정지를 먹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 월급도 안 나오고, 아직 아이들의 학비가 많이 지출되고 벌과금 등으로 어렵다고 사정을 하였다. 사정을 듣고 난 남편은 사람은 안 다쳤으니 차량 수리비만  가해 운전자 개인이 계산하는 것으로 하고 처리하였다. 수리도 고객센터 수리비는 액수가 많아  지인공업사에서 수리하는 것으로 일처리를 하였다.
지금도 초보운전 표시 차량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남편도 당시는  당장 운전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때 많이 놀랐는지 지금도 그 지점을 통과할 때면 그때일이 생각난다고 한다.  차량은 우리 일상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중요하지만, 지금도 항상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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