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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글쓰기...

함박 꽃

by 샛별상담소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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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임 숙
2024년 1월 24일
매년 오월이면 고향집 앞뜰과 뒷 뜰 에는 분홍색과 흰색을 띤 함박꽃이 만개했었다. 함박꽃은 봄이 되면  부득지고 자주 빛을 띠는 새 순을 땅속을 파 헤치며 뾰족이 나오기 시작한다.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하루하루가 눈에 보이게 성장한다. 속도가 매우 빠르게 느껴졌다. 하루하루 날이 더해 가면서 순들이 초록 잎으로 변해 간다. 5월이 되면 앞뜰과 뒤뜰을 꽃으로 풍성하게 꽃 대궐을 이루며 풍성히 꽃을 피웠다.

함박꽃이 많은 곳에서 자란 것은 아버지의 은혜다. 어릴 적에는 그냥 함박꽃이 또 피었구나  우리 집은 꽃이 많다.라고 생각 하며 성장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한 학자 이시면서 한복차림으로 늘 책상 앞에 앉으셔서 먹을 갈아서 한문 글씨를 쓰셨다.  책상에는 늘 먹과 벼루 용도에 따라 사용하시는 붓 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는 갓을 쓰시고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외출을 하시는 분이셨다. 조선시대의 의상을 생활 복으로 입으셨지만 시대를 앞서 가시는 분이 셨다. 내가 십 대 때는 여러 문중의 족보와 문집을 알루미늄 인쇄 판에 쓰셔서 가내 수공업으로 문집과 족보를 직접 만들으셨다.
 
족보가 만들어지는 순서는  가장 먼저 알루미늄 판에 글씨를 쓰시고 쓰인 글씨가 오 탈자는 없는지에 대하여 교정을 보셨다.

그리고 오빠와 언니와 나는 글씨판에 작은 롤러로 검은색 잉크를 물걸레로 닦은 후 재 빠르게 묻힌 다음 오빠는 커다란 수동 롤러로 글씨판에 묻은 잉크를 찍어 장착되어 있는 종이에 눌러 인쇄를 하였다.
 
인쇄가 모두 끝나면 인쇄된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페이지 순으로 온 방에 음력 열흘쯤 에 떠오르는 달 모양으로  펼쳐 놓는다. 그리고 한 페이지씩 한 페이지씩 뽑아서 페이지순으로 합쳐서 권 마다 따로따로 쌓아 놓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피 없는 책을 만들어 쌓아 놓는다. 그다음으로 완성되지 않은 책들을 넓고 배가 부른 칼을 사용하여 책의 삼면을 재단한다.

다음 순으로 기름을 먹여 만들어 놓은 노란 책 표지를 만든다. 조각도를 사용해 만들어놓은 무늬목 판에 사발을 사용하여 문질러 무늬 책피를 만들고 책 크기에 맞게 맞추어 접고 네 귀퉁이의 모서리는 가위로 오려 버린다.

다음으로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다. 다음 순으로는 면실에 빨간 물을 들여 만들어 놓은 굵은 면실을 커 다란 돗 바늘을 사용하여 꿰맨다. 책이 완성되어 나오기까지 이렇게 여러 단계의 공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아버지를 도와 온 가족이 수고를 하였다. 
 
이런 공정을 통해 여러 문중의 족보와 문집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문중의 문집이 가장 큰 작업으로 기억된다.

경주가 이 씨가 의 문집으로 초려 이유태 할아버지의 문집이었다. 나는 초려 11대 후손이다. 한 질이 18권으로 수년을 통해 완성된 문집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아버지 어머니 우리 형제들은 가내 수공업으로 일을 해 냈다.

우리 가족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만들어진 초려 할아버지의 문집은 그 당시 중앙 박물관이나 학계 또는 일가친척들의 가정에 전해 졌다고 들었다.
 
이렇게 바쁘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아버지께서는 70년대 미국에서 젖소를 들여오셔서 젖소목장도 시작하셨다.

지금도 기억이 뚜렷하다. 큰 오빠는 저녁에 우유를 착유기를 사용해 짠 우유를 냉장시설이 없는 시기라서 밤새 흐르는 찬 지하수에 담그고 아침 일찍 경운기에 싣고 가서 지금도 현존하는 남양 유업에 납품을 했었다.
 
배나무 사과나무 밤나무 자두나무도 많이 심어 과수원도 하셨다. 봄이면 경사진 배 밭에 하얀 배 꽃이 가득하였다.

그 옆 사과밭에는 배 꽃보다 조금 늦게 피는 사과 꽃은 처음  빨갛고 분홍 빛으로 피기 시작 했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디서 몰려 날아드는지 벌 나비들이 참 많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밭 주의에는 호두나무도  산수유나무도 있었다. 산수유나무는 봄이 되면  노란 꽃이 피고 가을엔 빨 알간 열매가 열렸다.

내가 어릴 적 산수유는 위장에 좋고 보약제에 들어간다고 들었다.  밭에는 숙지황 구기자 도라지  약초 농사도 지으셨다. 
 
고향집 앞 뜰과 뒤뜰에 해마다 꽃대궐을 이루며 아름답게 풍성하게 피어  캄캄한 밤에도 환하게 보이던 함박꽃도  한약으로 많이 쓰인다고 들었 다. 혈액 순환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명으로는 작약이라고 알고 있다. 작약은 꽃이 지고 푸르름의 여왕의 계절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천고 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을 지나고, 엄동 설 한 흰 백의 눈과 유리알 같은 얼음이 어는 겨울을 3년여 지나면, 아버지께서는 작약 뿌리를 모두 호미와 곡괭이를 사용하셔서 캐내어  최소한의 새순과 뿌리만 남기고 모두 잘라 한약재를 만들어 소득을 올리시기도 하셨다.
 
함박꽃 뿌리가 약효가 나는 한약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삼 년 여의 짧지 않은 긴 세월도 보내야 한다. 잘게 썰어서 말리기 위해서는 흙이라 던가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세 척도 깨끗이 하여야 한다.

현재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한약재로 쓰이지만 아버지께서 약초를 손질하실 때는 껍질을 하나하나 모두 벗기고 잘게 썰어 햇빛에 깨끗하게 건조해서 저울 끝에 추가 달린 저울로 중량을 달아 한약방에 넘기셨다. 
 
고향집을 환하게 밝혔던 함박꽃을 그리며 고향뜰을 생각하니 오늘따라  다시는 돌아오실 수 없는 머어 언 길로 소풍 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더 마음 깊이 뵀고 싶고 그립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내  마음속에는 아버지 어머니는 함께 계십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존경하고 아버지 어머니의 생전에 모습과 손수 하셨던 일들과 사랑으로 저희를 양육하시고  애쓰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늘따라 해마다 함박꽃이 만발하던 고향  집이 더욱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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